철인 3종 경기에 도전한 여섯 가지 희귀병 지니고 태어난 은총이

Author
milal
Date
2018-02-22 22:11
Views
597
철인 3종 경기에 도전한
여섯 가지 희귀병 지니고 태어난 은총이

시각장애인이 안나푸르나를 등정했고, 여섯 가지 희귀병을 지니고 태어나 6개월만 산다던 아이가 열 살이 되었으며, 자폐증을 앓고 있는 청년이 첼로를 연주해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우리가 감동하는 건 그들이 장애를 앓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자신의 한계에 도전했다는 점 때문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의 찬란하도록 아름다운 도전기.

은총아빠 박지훈 씨의 이야기. 평범하게 은행에 다니며 직장생활을 하던 그는 사랑하는 아내를 만나 축복 속에서 가정을 꾸렸다. 자연스럽게 임신을 했고, 행복하게 아이를 기다렸다. 그리고 은총이의 탄생. 출산예정일보다 조금 빨리 세상에 나와서 긴장했지만 모든 아빠들이 그러하듯 새 생명이 탄생하는 순간의 벅찬 감격은 은총아빠를 설레게 했다.
“정말 좋았죠. 내 아이가 태어난 순간. 그런데 조금 이상했어요. 아이 얼굴이 빨갛더라고요. 직감적으로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간호사들에게 원래 아이가 엄마 배 속에서 나오면 이런지 물어봤어요. 얼른 큰 병원으로 옮겨보라고 하더군요.”
아내에게 제대로 설명할 틈도 없이 근처 대학병원으로 갔다. 아이를 본 의사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정확한 병명도 모른 채, 6일간 병원에 입원했다. “짧으면 6개월, 길어야 1년이니 마음의 준비를 미리 해두라”는 말도 들었다. 애써 무시했지만, 두렵고 무서웠다. 배 속에 있을 때는 아무런 이상 증상이 없던 아이였다.
“얼굴 혈관이 다 터져서 붉다 못해 검었어요. 두피부터 입천장, 발바닥까지 온몸이 검붉은 점으로 뒤덮여 있었죠. 스터지-웨버 증후군이라는 희귀 난치병이라고 하더라고요. 뇌혈관 기형으로 검붉은 반점이 나타나고 뇌가 위축돼 돌처럼 굳는 병이요.”

“백일 무렵이었어요. 은행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은총엄마가 울면서 전화를 했더라고요. 은총이가 이상하다고요. 부리나케 갔더니 손과 발을 쉬지 않고 까딱이며 이상 징후를 보이고 있었어요.”
은총이는 하루가 멀다 하고 경기를 일으켰다. 자면서도 몸을 떨고, 무호흡증으로 며칠씩 무의식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다리 한쪽이 비정상적으로 비대해지는 클리펠-트레노우네이-베버 증후군 증상도 보였다. 인터넷에서 검색조차 되지 않는 희귀병들이 하나씩 하나씩 나왔다. 불안한 마음으로 살던 시절, 은총이의 첫돌은 그들이 경험한 첫 번째 기적이다.
“정말 감사했어요. 돌잔치를 할 수 있다는 것이요. 6개월 산다던 아이가 이렇게 이겨내는구나, 우리가 기적의 주인공이 되는구나, 실감했지요.”
그러나 기적의 첫돌은 시련의 시작이기도 했다. 경기를 일으키는 바람에 은총이는 자신의 첫 생일날 중환자실에 누워 고통과 싸워야 했다. 꾹 참았던 눈물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그날부터 대학병원 중환자실은 은총이의 집이 되었다.
스터지-웨버 증후군의 합병증으로 녹내장 수술과 탈장 수술을 받았다. 이후 녹내장 수술을 두 번 더 받았지만, 오른쪽 시력을 거의 잃었다.
“상태는 점점 심각해졌어요. 손과 다리가 굳고, 무호흡증이 자주 와서 뇌 손상이 심해졌어요. 수술을 하겠다는 분도 없었어요. 어떤 유명한 병원에서는 은총이를 두고 재수가 없었다고 생각하라는 모진 말도 하더라고요. 모두가 포기를 권하는 것 같았어요.”
은행원이었던 은총아빠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가진 돈을 병원비로 다 쓰고, 카드 대출에 손을 대면서 신용불량자가 되었다. 평범한 가정을 꾸리며 살겠다는 그의 꿈도 사라졌다. 그러던 중 상계백병원 신경외과 황용순 교수를 만났고, 왼쪽 뇌를 절제하는 대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기적을 경험했다. 살아만 줘도 감사하다고 생각하던 은총이가 거짓말처럼 걸음을 뗐다.
“날짜도 기억해요. 2008년 4월 1일. 만우절 거짓말이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로 감격적인 날이었어요. 재활치료를 하던 은총이가 혼자 세 발짝 걷는 모습을 보니, 행복한데도 눈물이 멈추지 않더라고요.”

‘희망’이라는 이름의 철인 3종 경기
“우연히 미국의 딕 호이트와 뇌성마비인 그의 아들 릭 호이트의 이야기를 접했어요. 철인 3종 경기에 도전한 사나이요. 뭔가, 가슴속에서 꿈틀거리는 기분이 들었어요. 저도 은총이와 함께 희망을 그려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첫 프로젝트는 국토 대장정이었다. 은총이와 같은 병을 앓고 있던 병원 친구가 하늘나라에 가는 것을 보고 결심한 일이다. 희귀 난치성 환자 후원 모임인 ‘여울돌’ 박봉진 대표와 함께 걸었다. ‘같은 눈으로 바라봐주세요’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1,500㎞의 대장정을 시작했다. 은총이 친구의 유골이 뿌려진 강릉 경포대를 시작으로 대구, 부산, 익산, 군산, 천안, 수원, 성남, 서울, 부천까지 도는 40일 코스였다.
“그땐 힘들기만 했어요. 그런데 바로 그때, 은총이가 거짓말처럼 제 손을 잡으면서 ‘아빠’를 불렀습니다. 기적 같았어요. 마지막으로 은총엄마에게 약속했어요. 철인 3종 경기에 도전하고 싶다고요.”
은총아빠는 마라톤을 시작했고, 철인 3종 경기에 도전했다. 혼자서도 하기 힘든 이 고된 도전에 은총이도 동행했다. 수영할 때는 은총이를 태운 보트를 끈에 묶어서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달리기를 할 때는 은총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달리고 또 달려 4시간 20여 분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많은 사람들이 저희 부자를 통해 힘과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어요. 은총이가 행복하게 잘 자랄 수 있으면 좋겠고요. 스무 살이 되었을 때, 은총이의 병이 다 나아서,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해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말을 빨리 배워서 많은 곳에 다니며 최연소로 간증을 했으면 좋겠어요. 스무 살 은총이는 그렇게 자랐으면 좋겠어요. 아내랑 저랑 앉아서 그 장면을 웃으며 바라보고 싶어요. 그렇게 되겠죠.”
은총이는 올해 열 살이 됐다. 여전히 아픈 아이지만 예전보다는 많이 건강해진 상태다. 얼굴 수술만 다섯 번을 했는데, 이번 4월에 여섯 번째 수술이 예정되어 있다. 또 한 번의 기적이 남았다.

- 국제 철인 3종 경기 목포대회에 참석한 은총부자.

은총이가 특별한 아이라서
좋은 점 best 5
1 은총이 덕분에 감사를 배우고 사람이 되었어요. 힘든 시간이 있었으니까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어요.
2 기적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기적은 많이 돌아다니다가 아무한테나 찾아가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늘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간절히 원하고 갈망하는 사람에게 가는 것이더라고요.
3 은총이의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됐어요. 세상엔 따뜻한 사람이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4 절망하지 않는 법을 알게 됐어요. 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 그걸 참아내는 법을 배웠습니다.
5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행복합니다. 주어진 시간의 소중함을 잘 알아서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아요.